지문이 대동법이라는 것까지 알아냈는데, 선지에서는 ‘쌀로 납부한다’는 문장이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전시과, 선무군관포, 과전, 전세, 공인이 등장합니다. 이 문제는 제도 이름을 맞히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제도가 물품 조달 방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묻습니다.

제76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 23번을 네 단계로 풀어 보겠습니다. 2025년 10월 18일 시행 시험의 실제 문항입니다. 원문을 먼저 읽고, 정답을 고른 이유까지 짧게 생각해 보세요.

제76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 23번 문제와 다섯 선지
문항 출처: 국사편찬위원회 · 제76회 심화 23번 · 2025.10.18 시행

1. 결정적 단서: 방납의 폐단에서 출발한다

지문에는 공물을 대신 납부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대가를 거두는 문제가 등장합니다. 여기에 김육, 충청도, 호서가 이어집니다. 호서는 충청도 지역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이 단서들을 연결하면 (가)는 대동법입니다.

김육이라는 인물 하나만 보지 말고, 글 앞부분의 문제 상황까지 확인하세요. 백성의 공물 부담과 방납의 폐단을 고치려는 이야기이므로 공납 개편이 중심입니다. 군포를 줄이거나 관리에게 지급할 토지를 정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대동법은 광해군 때인 1608년 경기도에서 시행됐고, 이후 여러 지역으로 확대됐습니다. 김육은 확대 시행을 추진한 인물입니다. 지문에 김육이 나온다고 ‘김육이 대동법을 처음 만들었다’고 정리하면 시행과 확대의 구분을 놓치게 됩니다.

2. 정답 근거: 납부 방식이 바뀌어도 관청에는 물품이 필요하다

정답은 ⑤ 관청의 물품을 조달하는 공인의 등장 배경을 조사하는 활동입니다. 대동법을 실시하면서 종전의 공물 부담을 토지의 결수에 따라 쌀·포·돈 등으로 납부하도록 바꾸었습니다. 그렇다고 관청에서 쓰던 종이·기름·각종 물품까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때 공인이 물품을 조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정부에서 공가를 받아 필요한 물품을 마련하고 관청에 납품한 것입니다. 따라서 대동법의 영향을 탐구하려면 공인이 등장한 배경을 살펴보는 활동이 적절합니다.

정답을 잇는 과정

공납 방식 개편 → 쌀·포·돈 등으로 재원 확보 → 공인에게 공가 지급 → 필요한 물품을 조달해 관청에 납품

여기서 공인은 농민에게 세금을 직접 걷는 관리가 아니라 관청의 물자 조달을 맡은 상인입니다. 대동법을 ‘쌀로 내는 법’이라고만 외웠다면, 이제는 국가가 그 재원으로 필요한 물품을 마련하는 과정까지 연결해 보세요.

3. 오답 분석: 비슷한 세금·토지 용어를 나누어 읽는다

선지의 단서해당 제도와 제외하는 이유
① 전시과의 전지 지급고려의 전시과. 관료 등에게 전지·시지의 수조권 등을 지급해 경제적 기반을 마련한 제도입니다. 조선 후기의 공납 개편과 시대·대상이 다릅니다.
② 선무군관포영조 때 균역법의 재원 보완. 군포 부담을 줄이면서 생긴 재정 부족을 메우는 조치와 연결됩니다. 출발점이 공물이 아니라 군역 부담입니다.
③ 과전·현직 관리세조 때 직전법. 과전 지급 대상을 현직 관리로 제한한 개편입니다. 백성의 공납 방식을 바꾸는 내용이 아닙니다.
④ 풍흉·전세 부담인조 때 영정법. 그해 풍흉과 관계없이 전세를 거두는 방식과 연결됩니다. 지문의 공물·방납과 선지의 전세를 같은 세금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③에서 ‘현직 관리’만 떼어 무조건 직전법이라고 외우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고려의 경정전시과 역시 현직 관리를 중심으로 개편됐기 때문입니다. 이 선지에서는 ‘과전 지급 대상’이라는 표현까지 함께 읽어 조선의 직전법과 연결합니다.

4. 다음 문제에 적용: 무엇을 고치는 제도인지 먼저 묻는다

제도 이름이 빠져 있어도 ‘무슨 부담을 고치려는가’를 찾으면 선택지가 좁혀집니다. 공물·방납·공인이 묶이면 대동법, 군포 감필과 부족 재원 보완이 나오면 균역법, 그해 풍흉과 관계없이 전세를 거두는 방식이면 영정법을 검토하는 식입니다.

대동법을 ‘모든 세금을 하나로 통합한 제도’라고 정리하지는 마세요. 핵심은 공납의 개편입니다. 또 시행 지역과 시기에 차이가 있었으므로 처음부터 전국에서 똑같은 양을 거뒀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새 문제에서 ‘관청에서 대가를 받고 물품을 구입해 납품하는 상인’이라는 표현이 나오면 공인을 떠올려 보세요. 이번 지문의 방납 폐단에서 출발해, 대동법 시행 뒤의 조달 구조까지 이어 읽는 연습이 됩니다.

다음 문제를 위한 한 줄

방납의 폐단을 고친 대동법, 관청의 물품을 마련한 공인. 제도와 그 결과를 함께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