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교육 정책 문제는 선지 다섯 개가 모두 그럴듯해 보입니다. 경학 박사도, 서적포도, 만권당도 학문과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교육을 장려한 왕’이라는 넓은 기억이 아니라, 특정 기관을 어느 왕과 연결할지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제76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 11번으로 그 기준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문제는 2025년 10월 18일 시행 시험에 출제됐습니다. 먼저 원문을 풀어 본 뒤 아래의 네 단계 해설과 비교해 보세요.

1. 결정적 단서: ‘유학’보다 ‘양현고’를 먼저 본다
제시된 장면에는 청연각·보문각·양현고가 등장합니다. 세 이름이 함께 가리키는 왕은 고려 예종입니다. 반면 ‘유학에 관심을 가졌다’는 표현만으로는 왕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유학 진흥은 여러 왕이 추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기관 이름이 낯설 때는 역할까지 붙여 읽어 보세요. 청연각·보문각은 궁중의 도서 보관과 학문 활동에 관계된 기관이고, 양현고는 국학의 인재 양성에 필요한 재정을 뒷받침했습니다. 지문은 예종이 학문 활동과 국가 교육을 지원하는 모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청연각·보문각·양현고 → 고려 예종 → 예종의 다른 교육 정책을 찾는다.
2. 정답 근거: 교육 재정의 지원과 교육 과정의 정비
정답은 ① 국자감의 7재 설치입니다. 예종은 1109년에 국자감에 전문 교육 과정인 7재를 두었습니다. 유학을 공부하는 여섯 과정과 무학을 공부하는 강예재로 구성됐습니다. ‘학교를 일곱 곳 세웠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문의 양현고와 정답의 7재는 역할이 다릅니다. 양현고가 교육을 지속할 재정의 기반이라면, 7재는 학생이 무엇을 전문적으로 배울지 나눈 교육 과정입니다. 같은 예종의 정책이면서 서로 다른 부분을 뒷받침한다는 점을 이해하면, 낯선 표현으로 출제돼도 연결하기가 쉬워집니다.
양현고를 오늘날의 장학 재단에 빗대어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모든 학생에게 현대식 현금 장학금을 나누어 주던 기관이라고 단정하지는 마세요. 핵심은 국가 교육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3. 오답 분석: 교육 정책이라도 왕과 역할이 다르다
| 선지의 단서 | 정확한 연결과 구분점 |
|---|---|
| ② 12목·경학 박사 | 성종. 지방의 유학 교육을 위해 경학 박사를 파견했습니다. 지문 속 예종의 양현고와 구별해야 합니다. |
| ③ 서적포 | 숙종. 국자감에 설치해 서적의 인쇄와 보급을 맡겼습니다. ‘국자감’이 보인다고 모두 예종의 정책은 아닙니다. |
| ④ 대도·만권당 | 충선왕. 왕위에서 물러난 뒤 원나라 연경에 만권당을 두고 학자들과 교류했습니다. 원 간섭기라는 시대 배경도 단서입니다. |
| ⑤ 외국어·통문관 | 충렬왕. 외국어 교육과 통역 업무에 관계된 기관입니다. 국자감의 전문 강좌나 교육 재정 지원과는 기능이 다릅니다. |
특히 ③은 주의할 선지입니다. 서적포와 7재가 모두 국자감과 관련돼 있어 장소만 보고 고르기 쉽습니다. 서적의 인쇄·보급은 숙종의 서적포, 전문 교육 과정은 예종의 7재로 한 단계 더 나누어야 합니다.
4. 다음 문제에 적용: 이름이 바뀌어도 ‘기능’을 따라간다
다음 문제에서는 기관 이름 대신 역할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교육의 경제적 기반을 지원하는 재단이라면 양현고, 유학과 무학의 전문 과정이라면 7재를 떠올려 보세요. 이후 시대와 왕이 맞는지 확인하는 순서입니다.
또 하나 구분할 짝은 최충의 9재 학당과 예종의 7재입니다. 숫자가 비슷하지만 운영 주체가 다릅니다. 9재 학당은 최충이 세운 사학에, 7재는 국가 교육기관인 국자감의 교육 과정에 해당합니다. 숫자만 외우지 말고 사학과 관학을 함께 묶어 기억하세요.
양현고는 교육 재정, 7재는 교육 과정. 둘을 잇는 왕은 고려 예종이다.
이 문제의 오답은 고려에 없던 제도가 아니라 다른 왕의 실제 정책입니다. 정답 하나만 기억하기보다 ‘누가, 어떤 기능을 맡겼는가’를 묶어 정리하면 다섯 선지를 모두 복습 자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