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에 훈민정음이 보이면 세종부터 떠오릅니다. 하지만 글자를 만든 왕과 그 글자를 이용해 불경을 풀이한 왕이 반드시 같은 사람은 아닙니다. ‘창제’와 ‘활용’을 나누어 읽는 것이 이번 문제의 출발점입니다.

제77회 심화 20번은 불경 언해서에 관한 설명에서 왕을 찾고, 그 왕의 재위 중 시행된 정책을 고르는 문항입니다. 문화사 단서에서 토지 제도로 넘어가는 두 단계 문제입니다.

제77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 20번 공식 문제, 지문과 다섯 선지
국사편찬위원회 공식 기출 · 제77회 심화 2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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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정적 단서: 훈민정음보다 ‘간경도감’

지문에는 왕이 훈민정음으로 구결을 달고, 한계희·김수온 등이 번역에 참여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왕이 만든 간경도감에서 목판본을 간행했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왕을 특정하는 단서는 간경도감입니다.

간경도감은 세조가 불경의 번역과 간행을 위해 설치한 기구입니다. 따라서 (가)는 세조입니다. ‘훈민정음을 사용했다’는 표현을 ‘훈민정음을 처음 만들었다’로 바꾸어 읽지 않아야 합니다.

문화재나 책의 사진이 낯설어도 캡션의 고유 명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서는 책의 외형을 알아보는 것보다 어느 기관에서 간행했는지가 왕을 찾는 근거입니다.

2. 정답 근거: 직전법은 지급 대상을 현직 관리로 제한

정답은 ⑤ 현직 관리에게만 수조권을 지급하는 직전법이 시행되었다입니다. 세조 때인 1466년 직전법이 시행되면서 수조권 지급 대상이 현직 관리로 제한되었습니다.

수조권은 해당 토지에서 조세를 거둘 수 있는 권리입니다. 따라서 이를 ‘현직 관리에게만 땅의 소유권을 주었다’고 풀면 부정확합니다. 이 선지는 토지를 어떤 사람이 소유했는지보다 국가가 누구에게 수조권을 지급했는지를 묻습니다.

지문이 불교 정책이라고 해서 답도 불교 관련 선지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세조를 확정했다면, 다른 분야의 정책이라도 같은 왕의 재위 시기에 해당하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3. 오답 분석: 책 제목 옆에 왕 이름 붙이기

선지의 핵심해당 왕·시기와 제외 근거
① 조의제문·무오사화연산군, 1498년입니다. 김종직의 조의제문이 사화의 빌미가 되었습니다. 세조의 왕위 찬탈과 관련해 해석되는 글이라는 점과, 사화가 실제 일어난 왕대는 구분해야 합니다.
②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태종, 1402년입니다. 조선 초 세계 지도의 제작과 연결합니다. 세조의 간경도감보다 앞선 문화 사업입니다.
③ 악학궤범성종, 1493년입니다. 음악 이론과 제도 등을 정리한 책입니다. 세조가 음악에 관심을 가졌다는 일반 지식으로 편찬 왕대를 바꾸면 안 됩니다.
④ 동국문헌비고영조, 1770년입니다. 우리나라의 문물과 제도를 정리한 편찬 사업입니다. 조선 후기이므로 세조와는 시대 차이도 큽니다.

특히 ①은 세조라는 인물과 내용상 연결될 여지가 있어 더 조심해야 합니다. 문제의 질문은 ‘세조와 관련된 사건’이 아니라 ‘세조의 재위 시기에 있었던 사실’입니다.

4. 다음 문제에 적용: 기관 → 왕 → 정책의 순서 유지하기

간경도감이라는 이름이 나오면 세조를 찾고, 현직 관리에게만 수조권을 준 제도를 물으면 직전법을 떠올립니다. 두 연결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관청이 조세를 거두어 관리에게 지급했다’고 바뀌면 성종 때 관수관급제를 검토해야 합니다. 현직·전직이라는 지급 대상의 문제와, 누가 조세를 거두는지라는 수취 방식의 문제는 다릅니다.

이번 문항은 간경도감 → 세조 → 직전법으로 정리하세요. 글에 등장하는 가장 유명한 단어를 고르는 대신, 기관의 설치와 정책의 시행이라는 구체적인 활동으로 왕을 확인하는 연습입니다.

공식 원문: 국사편찬위원회 시험 자료실 · 제77회 심화 20번. 이 글의 해설은 자체 작성했습니다.